여론ㆍ국회 세무사자동자격 폐지 당위성 공감
이종남 전 감사원장(전 공인회계사회장)도 회계사의 세무사명칭 사용에 부정적

　

정구정 세무사회 집행부와 6000여 회원들의 마음이 하나로 뭉쳐져 세무사회 42년의 숙원이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무사자동자격 폐지를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법률안이 10월 21일 김정부 의원외 21명의 발의형태인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됐으며 28일 재정경제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겨졌다. 11월에 재경위를 통과할 경우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자동자격 폐지와 관련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재경위에 올라간 것은 세무사회 42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공인회계사회 등 이해집단의 계속되는 방해에도 불구하고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자동자격 폐지의 당위성을 언론과 정치권 등에 끈질기게 설득한 정구정 집행부 노력의 결과이다.

 

세무사법 개정안은 의원입법에 앞서 정구정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이 재정경제부를 집중적으로 설득한 끝에 지난 9월초 정부입법으로 성안되는 것이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성안 과정에서 공인회계사회 등의 강력한 반대에 재경부가 눈치를 보면서 미루는 바람에 무산됐다.

 

지난해 105만명 국민서명과 국민 90.7%가 ‘세무사 명칭은 세무사시험 합격자만 사용해야 한다’는 갤럽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세무사회의 법개정 취지에 대해 재경부는 당위성을 인정했지만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의 영향력을 의식해 입장을 분명히 하지 못한 때문이다.

 

여기다 공인회계사회는 저지의 일환으로 공청회 개최를 요구했으며 재경부와 한국세무사회가 동의함으로써 재경부 주관 조세연구원 주최로 열리게 됐다. 공청회에서 토론자 모두가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와 같은 세무사 명칭은 세무사시험 합격자만 사용해야 한다는 공통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공인회계사회는 주제에서부터 패널 선정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켜 열린 공청회의 결과를 전면 부인하는 부도덕성을 보이며 정부 또한 무소신으로 일관해 정부입법이 무산된 것이다.

 

공인회계사회의 이러한 갖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무사법이 재경위에 상정된 것은 세무사회가 세무사자동자격의 부당성을 국회의원들에게 지속적으로 호소한 결과이다. 자동자격이 폐지돼야 하는 당위성과 함께 갤럽 여론조사결과와 공청회 결과 등 국민여론을 21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받아들여 발의했으며 재경위 상정으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공인회계사회는 사실과 다른 왜곡된 내용의 광고를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에 대대적으로 게재하면서 법개정 저지를 위한 방해를 본격화하고 있다.

 

세무사회의 정당한 법개정 취지를 음해하는 것은 물론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민의를 수렴해 법률안을 제출하는 의정활동을 부당하다고 비난하는 등 국회의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당한 의원입법 활동을 ‘분별없는 행동’이라며 인신공격하는 것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을 넘어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도전이며 국회모독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납부되고 예산에 반영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특별회비를 마치 불법적인 용도에 사용하기 위한 활동비인 양 호도하고 있다. 또 공정성을 인정받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의 조사결과를 비정상적인 조사로 왜곡해 유포하는데 이르러서는 전문자격사로서의 자질과 품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러한 공인회계사회의 음해와 방해에도 불구하고 법개정의 당위성에 대한 국회 및 여론은 세무사회의 취지에 공감하고 있어 법개정안 통과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재경위 김문희 수석전문위원은 세무사법 개정과 관련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게 각자의 법에 의해 세무대리 업무는 수행하게 하되 세무사의 고유직역을 인정하는 취지로 세무사시험 합격자에게만 세무사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혀 세무사회의 법개정 취지가 합당하다는 검토보고서를 냈다.

 

상임위원회 제출 법률안의 적정성 여부를 1차적으로 검증한 전문위원의 이같은 긍정적인 검토보고서는 앞으로 있을 위원들의 법안심의에 호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회 주장에 대한 정당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인회계사 업계 내부에서 조차 세무사자동자격의 부당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수습 공인회계사들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무사자동자격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나타낸데 이어 전직 공인회계사회 회장도 공인회계사의 세무사 명칭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보인 것이다.

 

11월 3일자 세정신문 창간38주년 기념 특별인터뷰에서 전직 공인회계사회 회장이었던 이종남 전 감사원장도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세무사 명칭을 계속해서 사용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공인회계사회의 법개정 반대 주장이 계속되는 것은 42년간 누려온 특혜를 후배들에게 세습하겠다는 공인회계사회 회장단의 과욕에서 비롯된 억지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여론의 호응을 받을 수도 없다.

 

그러나 법개정 여론이 우리 회가 주장한 취지와 당위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가고 있다 하더라도 법 통과를 낙관하기엔 아직 장애요인이 많다.

 

특히 위원 대부분이 변호사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가 문제이다. 법사위에서는 법률체계와 자구에 관한 사항을 심의를 거친 후 본회의로 넘겨지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인 변호사 출신 위원들이 대거 포진한 상황에서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위원들의 충분한 공감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6000여 회원들은 42년의 묵은 과제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로 마지막 힘을 모아야 한다. 아무리 당위성이 있더라도 우리의 취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심의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회원들이 법사위 통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구정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를 중심으로 6000여 회원이 일치단결할 때 전문자격사인 세무사 집단의 강력한 힘이 발휘되고, 이를 여론과 국회가 수용할 때 42년 세무사회의 숙원은 해결될 수 있다.

 

제 377호 (2003.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