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민의 정부에서 부작용이 우려돼 폐기된 임의가입과 복수설립 등을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또 다시 추진하고 있어 세무사업계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세무사제도와 관련한 규제완화방안의 내용과 이의 문제점을 사안별로 짚어본다.

 

◈ 공정위의 자격사단체 규제완화 방안 = 공정위가 세무사회를 비롯한 공인회계사회, 변호사회, 법무사회, 관세사회 등 자격사단체에 대한 회원 임의가입과 복수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강제가입 등이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는 표면적인 이유외에 이들 단체의 대정부 내지는 대사회적인 영향력을 없애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들 단체가 직역이기주의를 위해 대정부 영향력을 행사하여 국민에게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아 이들 관련단체의 결속력을 와해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하겠다.

 

한편 공정거래위가 발표한 152개 규제완화 대상은 자격사단체 뿐만 아니라 이동전화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금지 제도와 백화점 셔틀버스 운행제한, 생수의 TV광고와 쌀값 안정을 위한 규제, 스크린쿼터제, 중소기업고유업종제도 등도 불필요한 규제라며 고쳐야할 대상으로 꼽았다.

 

공정위는 152개 규제 가운데 112개 규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업종별로 구성된 서비스업 대책반에서 논의하도록 관계부처에 통보하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정위는 만약 소관부처에서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지 않을 경우 ‘일괄정리법’을 만들어 이같은 규제를 한꺼번에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자격사단체의 복수설립 및 임의가입의 경우 과거 국민의 정부 초기 규제완화 대상으로 심도있게 논의된 끝에 오히려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과 함께 국민편의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보류 또는 폐기된 것들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 세무사회 임의가입 허용은 세무사업게 무질서 불러 = 세무사의 세무사회 가입이 강제되지 않을 경우 회에 가입하지 않는 세무사는 세무사회의 지도·통제권 밖에 있게 돼 세무대리시장이 문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세무사업계의 전반적인 정서다.

 

세무사회의 윤리규정에도 불구하고 직접 통제를 할 수 없어 전문자격사로서의 세무사에 대한 공신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해마다 배출되는 신규세무사에 대한 6개월의 실무수습교육, 기존 세무사에 대한 보수교육과 개정세법 및 세무신고 때의 의무교육도 실시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세무사의 전문적 직무수행 능력의 저하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세무전문가로서의 전문성 저하는 곧 납세자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납세자 권익을 침해한다. 또 전문성과 윤리성 결여에 의한 세무대리 수행은 국고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아울러 정부가 직접 개개 세무사에 대한 지도감독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세무사에 대한 직접감독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더구나 6200명이 넘는 세무사에 대해 현재 담당 공무원 2~3명이 일일이 지도·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부득이 공무원 수를 늘릴 수밖에 없고 예산낭비만 초래하게 된다.

 

◈ 세무사회 복수단체 설립땐 대정부 영향력 약화 = 임의설립으로 복수단체 설립이 허용될 경우 동질집단 또는 같은 지역의 세무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무사단체의 난립으로 지금의 세무사회와 같은 일관된 지도·감독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복수설립 허용으로 소속단체가 여러개 생기게 되면 각 단체들은 회원에 대한 비위 맞추기, 선심경쟁 등으로 세무사의 전문성 공공성 윤리성 훼손을 야기하며 단체간 다툼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세무대리질서를 무너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따라 납세자의 권익보호와 납세의무의 적정한 이행에 이바지한다는 세무사의 공공성을 함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 비자격사의 세무법인 설립허용 = 비세무사에게 세무법인의 설립을 허용한다는 것은 전문자격사제도의 근본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며 명의대여를 합법화해 주자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세무사는 납세의무의 적정한 이행과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공공성을 지닌 조세전문가이다. 세무사의 윤리성이 특별히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자격사의 세무법인 설립이 허용되면 전문성과 공공성에 바탕해 세무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세무사가 자본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영리만을 추구하는 자본논리에 휘둘리지 않을 수 없다고 세무법인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세무법인을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라는 특수법인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전문자격사로서 이러한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함이라는 것이다. 주식회사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모색했던 병원의 경우도 소속된 의사들이 자본논리에 휘둘릴 경우 공익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

 

◈ 세무사회 공익성 고려않은 졸속 방침 = 임의가입과 복수설립이 허용되면 세무사회를 중심으로 6200여 세무사가 펼치는 각종 대국민 봉사활동 등 공익사업의 추진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

 

현재 세무사회는 조세전문 자격사로서 무료세무상담을 비롯해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무료신고대리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또 각종 세법·회계 및 세금신고 등과 관련된 무료동영상강좌를 개설, 중소기업체 경리직원과 일반인들의 세법교육 및 세무업무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고용창출과 실업난 해소 등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 세무사회가 기여하는 몫이 크다.

 

전국에 소재한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제휴해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훈련된 실무능력 이수자를 회원사무소와 수임하고 있는 기업체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전국 64개 대학과 산학협정을 맺어 이들 학교의 졸업생을 회원사무소 및 관련기업체에 채용토록 하고 있다.

 

특히 매회 약 2만명이 지원하는 국가공인 전산세무회계시험은 실업계 고교생과 회계학 전공 대학생들의 실무능력 함양과 더불어 취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물론 부족한 회계경리 인력의 양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조세전문가 단체로서 조세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세법의 문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분석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수시로 많은 세법개선 건의를 냄으로써 조세제도와 세무행정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77건을 건의하였으며 올해에도 81건을 건의하는 등 조세제도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성실한 납세풍토 조성을 위하여 많은 예산을 부담하여 납세홍보 등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세무사회의 공익적 기능은 공정위의 방침대로 임의가입과 복수설립이 허용되면 완전히 사장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세무사회가 여러 개로 갈라지고 가입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질 경우 예산의 부족으로 공익적 사업의 수행이 어려운 것은 물론 세무사에 대한 지도·감독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 세무사의 전문성·공공성은 유지돼야 =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는 당연히 철폐되거나 완화돼야 한다는데는 세무사업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세무사회 임의가입과 복수설립 허용은 세무사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업계 질서를 문란케 하는 것은 물론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납세자의 권익보호는 고사하고 피해만 주게 되고 결국에는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는 또 사업자는 사업에만 전념하게 하고 세금문제는 세무사에게 맡기도록 하겠다는 국세행정의 정책방향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비자격사의 세무법인 설립허용도 전문자격사가 자본에 예속돼 이윤만을 추구함으로써 공공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는 반응이다.

 

이같이 공공성에 바탕한 세무사의 역할을 훼손하는 세무사회 임의가입 및 복수설립 허용, 비자격사의 세무법인 설립허용 등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에 의한 규제강화이며 자본논리에 편승한 정책으로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는 게 세무사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제 390호 (2004.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