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100원의 세금을 거두는데 납세자가 세금 이외에 신고서 작성 등을 준비하면서 사용하는 부대비가 평균 4.6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한국조세연구원(박명호 박사팀)에 용역을 의뢰, 기업들이 세금을 신고.납부하는 과정에서 부담하는 세금 이외의 경제적, 시간적 비용인 납세협력비용을 처음으로 측정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연구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본모형을 토대로 우리 실정에 맞는 납세협력비용 측정모형을 개발, 사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전체 규모의 비용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 납세협력비용 7조140억원
조사 결과 기업들의 납세협력비용은 2007년 기준으로 7조140억원에 달했다. 이는 그해 GDP(901조원)의 0.78% 수준이다.

측정방법과 범위가 비슷한 것으로 알려진 네덜란드(0.95%)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영국(0.42%)보다는 높다.

그러나 협력비용 측정에서 분석범위에 대한 국제적 일반기준이 없어 국가간 단순 비교는 문제가 있다고 연구팀은 단서를 달았다.

협력비용은 총 세수(153조원)와의 비교에서는 4.6%로 조사됐다. 이는 100원의 세금을 거둘 때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협력비용이 4.6원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자 유형별로 법인사업자는 3조9천435억원(56.2%), 개인사업자는 3조705억원(43.8%)이었다.

한개 업체당 협력비용은 평균 165만원이었으며 이중 법인사업자는 1천7만원, 개인사업자는 80만원으로 법인이 개인의 12.6배에 달했다.

또 세목별로 부가가치세 2조2천189억원(31.6%), 법인세 1조9천573억원(27.9%), 소득세 1조8천416억원(26.3%)으로 나타났다.

부가세의 협력비용이 높은 것은 신고횟수가 연간 2~4회로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세금의 협력비용은 소득세의 경우 전체 세수의 7.45%에 달했고 법인세는 5.53%, 부가세는 5.42%로 소득세 협력비용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세수 대비 소득세의 협력비용이 높은 것은 세수 기여도가 낮은 영세납세자의 납세의무 이행 때문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협력비용 발생 요인별로는 증빙서류 수취.장부기장에 3조395억원(43.3%), 신고.납부 1조6천156억원(23.0%), 거래증빙 발급 1조1천864억원(16.9%) 순이었으며 이들 3가지 유형이 전체 비용의 약 83%를 차지했다.

  
◇ 제조업 업체당 521만원으로 가장 높아
업종별로는 제조업 1조8천818억원(26.8%), 도.소매업 1조3천677억원(19.5%), 건설업 8천709억원(12.4%) 순이었다.

제조업은 업체당 협력비용도 52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비용발생 유형별로는 인건비 같은 내부비용이 4조3천352억원(61.8%), 용역대행비 등의 외부비용이 2조141억원(28.7%), 취득비용 5천801억원(8.3%)으로 나타났다.

법인의 경우 내부비용 67.4%, 외부비용 25.4%, 개인은 순서대로 56.3%, 33.8%로 조사됐는데 개인의 외부비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법인의 경우 세무신고 등을 내부부서에서 처리하지만 개인은 외부위탁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규모별로는 종업원 1~9명 사업자의 협력비용이 2조4천157억원(34.4%), 10~99명 2조827억원(29.7%), 1인사업자 1조9천19억원(27.1%) 등 100인 미만 기업 비중이 91.2%를 차지했다.

평균 협력비용은 1인사업자 55만원, 1~9명 384만원, 10~99명 1천550명, 100~299명 3천319명, 300명 이상 9천297만원 등으로 규모와 정비례했다.

또 매출액 1만원당 협력비용은 종업원 수가 1~9명인 경우 22.35원, 10~99명 20.56원, 100~299명 7.55원, 300명 이상은 1.75원으로 종업원 수가 많을수록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국세청, 납세협력비용 첫 측정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 대해 OECD 표준모형을 토대로 우리 실정에 맞는 납세협력비용 측정모형을 개발하고 관련 비용을 처음 측정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납세협력비용에 대한 과학적 측정과 분석을 통해 앞으로 협력비용 과다 발생에 대한 체계적인 개선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3~5년 주기로 납세협력비용을 측정, 판단지표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국세청은 이미 '국세행정 변화방안'을 통해 단일대표 상담전화, 1인 1세무계정(My NTS), 세금신고서 사전작성 서비스 등의 납세서비스 개선안도 제시했다.

또 기존의 전자신고.신청 확대, 서식 간소화, 전자세정시스템인 홈택스 서비스 고도화 등 협력비용 축소 과제를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OECD 주요국의 사례처럼 중점 축소 분야를 선정하고 특정 시점까지 축소 목표량을 정해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등 체계적인 접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