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탈세 예방장치 강화를 비롯한 조세법처벌법 전면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조세환경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한국세법학회에 법개정 용역을 맡긴 데 이어 17일 세법학회 주최로 '조세범처벌법 개정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어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는 조세범처벌법이 1951년 제정된 이후 60여년 간 별다른 변화없이 운용돼 오면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용역 결과와 이날 토론 내용 등을 토대로 정기국회에 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조세범처벌법이 탈세문제가 심각한 자영업자와 고소득 전문직종의 조세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대규모 현금수수 거래를 할 경우 신용카드 영수증이나 현금영수증, 세금계산서 등 적격증빙 발급을 의무화하고 위반시 미발급액을 과태료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 탈세문제와 관련, "현재 세무조사를 통한 범칙 적발률이 1% 미만인 상황이어서 조세포탈에 따른 리스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초범은 가볍게, 상습범은 엄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과형체계를 변경하고, 처벌시 탈세액 절대규모와 함께 매출액 대비 누락액 비율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법인의 경우 행위자는 가중된 처벌을 받는 반면 법인은 가중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공소시효도 행위자의 10년보다 짧은 5년이어서 과소처벌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법인에 대한 벌금형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또 세무공무원 직무범죄에 대해 "가중처벌 규정을 둬서 처벌을 강화하고 소액 뇌물수수 행위와 공여 행위에 대해 5배든, 10배든 일정 배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신설하자"고 제시했다.

 

옥무석 이화여대 교수는 "고의 또는 상습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1974년 상향조정한 이후 큰 변화가 없는 벌금형을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다만 행정질서범적 성격의 범죄는 과태료로 전환하고 1회성 초범이나 자수범에 대해서는 법정형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세자료 양성화를 저해하는 범칙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세금계산서 미발급 및 허위기재, 납세증명 표지의 불법 사용 및 위.변조, 명의대여 사업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그는 "현재 세무공무원이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처벌규정이 없는데 벌칙을 신설하되 가중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100만원 등 일정액 이하 뇌물수수자와 공여자에게 10배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