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여 회원의 염원을 바탕으로 일사불란한 국회활동이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 세무사법 개정안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오전 제5차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세무사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로 안건에서 제외됨으로써 17대 국회 회기종료와 함께 법안이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자동자격 폐지 법안은 지난달 1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발의한 이상민 의원과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에 문제가 없다”며 표결로 처리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한나라당 소속 의원의 반발로 법안소위로 넘겨졌다.

25일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세무사법 개정안은 오전까지 심의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하다가 오후에 이상민 의원의 강력한 요청으로 안건에 포함됐으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변호사법과의 상충문제를 짚어봐야 한다’며 심의를 지연시켜 처리되지 못했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의 처리 무산은 한나라당의 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파행적으로 상임위를 운용했기 때문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세무사법 개정안은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서 구성원 8명 중 과반 이상이 통과에 호의적이었으나, 변호사 출신의 한나라당 소속 의원 3명이 ‘변호사 업역축소’ 등을 주장하며 심의를 지연시키는 바람에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달 1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표결로 이어지려던 분위기에서 변호사 출신인 한나라당 김명주 의원(경남 통영·고성)이 강력 반발해 소위로 넘겨진 데 이어, 25일 소위에서도 김명주 의원과 역시 율사출신인 한나라당 이주영(경남 마산·소위위원장), 박세환(강원 철원·화천·양구) 의원 등의 사실상의 심의거부가 계속됐다.

이날 소위에서는 세무사법을 계속 심의하기로 정하고 폐회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26일 열린 소위에서 안건상정 자체를 거부했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의 처리무산을 두고 국회 안팎에서는 “변호사협회 등 법조계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애쓴 율사출신 한나라당 법사위원의 이기적 이고 무책임한 구태의 전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 대한변협은 이상민 의원의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자격 자동부여 폐지법안에 대해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는 것은 법률전문가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권리’임을 주장하며 법사위에 대거 포진한 율사 출신들을 압박했다.

법무부도 법사위에 낸 의견서에서 ‘입법체계상 문제가 없으며, 폐지되면 변호사 직무가 축소된다’는 황당한 논리로 변호사들을 거들고 나선 바 있다.

조용근 회장은 지난달 26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집행부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회장과 많은 회원들이 몇 달동안 법안통과에 총력을 기울였는데 무산돼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이번 경험을 토대로 철저한 준비를 해 18대 국회에서 세무사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정경제위원회에 상정돼 심의중이던 안택수 의원 발의의 ‘세무사의 조세소송대리’와 ‘주택가격공시 가격에 대한 이의신청대리’ 수행을 골자로 하는 2건의 세무사법 개정안과 ‘세무사 아닌 자의 불법세무대리 광고 등 처벌’ 등을 담은 정부개정안도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세무사신문 제479호 (20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