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대기업 근로자 2천여명이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조직적으로 사들여 세금을 환급받았다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일부 근로자들은 심지어 복사기와 스캐너를 동원, 영수증 발행처의 인장을 위조한 뒤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만들어 세무서에 제출하기도 세금포탈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2일 광주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들이 세금포탈을 위해 허위 기부금영수증 취득한 방법은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사들이는 고전적인 수법에서부터 컴퓨터를 이용해 아예 위조하는 첨단수법까지 다양한 형태를 보였다.

 

검찰수사 대상 기간인 2005-2006년 2년간 무려 2천570명이 사찰 4곳으로부터 액면금액 136억원의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제공받았으며 이들이 포탈한 세금은 21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영수증을 복사한 다음 사찰의 인장을 임의로 만들어 연말정산 때 기부금 영수증을 위조하는데 사용했으며 아예 컴퓨터와 스캐너를 이용해 사찰의 직인이 날인된 영수증을 복사해 제출하기도 했다.

 

또 일부 근로자들은 영수증을 복사한 다음 사찰 직인과 유사한 사내동호회 직인을 날인했다가 적발됐다.

 

또다른 일부는 미리 명단을 작성해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일괄 구입하기도 했는데 연말정산 무렵 회사내 구성된 '조', '반' 등의 단위조직 대표가 신청을 받아 20-120명의 명단을 작성한 뒤 특정 사찰을 찾아가 영수증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 A씨는 이렇게 해서 300만원짜리 가짜 기부금영수증을 6만원 정도를 사찰에 주고 산 뒤 회사에 제출해 50만원 가량의 세금을 환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근로자가 속한 회사는 광주지역 주요 대기업인 K사 직원이 대부분이며 또다른 2개의 K사, H사 직원들도 섞여 있다"며 "대부분 연봉이 5천만원에서 6천만원으로 비교적 고액을 받는 근로자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년간 단체로 기부금 공제를 받고도 "문제가 되면 환급금을 반납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아무런 거리낌이나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찰들이 기부금 영수증을 판매한 방법도 가관이다. 일부 사찰들은 연말이 다가오고 근허위영수증으로 부당공제를 받았던 근로자들에 의해 입소문이 펴지면 기부금 영수증을 판매하겠다며 광고지까지 배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가짜 영수증을 판 사찰은 신도들이 거의 없는 곳으로 영수증을 액면금액 100만원당 2만원 정도를 받고 팔았다"며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사찰운영자금으로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된 사찰주지 4명을 구속 기소하고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사들인 근로자 2천여명에 대해서는 포탈세액에 대한 1개월간의 자진신고기간을 거쳐 원천징수 경과를 지켜본 후 형사처벌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