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의 제기

지난해 5월 17일 재정경제부의 세무사징계위원회는 44명의 세무사에게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렇게 많은 세무사를 일시에 징계처분한 일은 세무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징계사유는 세무사업에 대한 사업소득의 실지조사를 받은 결과 적출된 소득금액의 내용이 세무사징계양정규정 제2조 제1항 제2호의 “세무사의 수입금액누락 및 비용 과다계상”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징계양정규정에 의하면 적출소득금액이 300만원 이상이면 최저 100만원부터 4단계로 구분하여 최고 1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며 직무정지 또는 등록취소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계기로 세무사징계에 관한 법률과 양정규정의 적법성을 검토해 보게 된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세무사의 사업소득에 대한 불성실(과소)신고가 세무사법상 징계사유에 해당되는가 하는 것이다. 만일, 세무사법상의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징계양정규정 제2조 제1항 제2호(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 과다계상)는 무효라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세무사징계양정규정은 재정경제부의 세무사징계위원회가 징계양정의 판단기준으로 만든 내부규칙에 불과하므로 세무사징계의 근거법률인 세무사법에 위반된다면 당연히 그 효력을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 관하여 문제 해결의 방법을 모색하고자 필자가 2000년 7월 3일자 한국세정신문 “시론”을 통하여 문제를 제기한 바 있었는데 오늘 다시 여러분에게 그 내용을 말씀드리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니 고견을 모아 개선방안을 찾고자 한다.

 

 

Ⅱ. 세무사징계양정규정 제2조 제1항 제2호의 위법성 검토

1. 세무사법의 징계규정 검토

세무사를 징계할 수 있는 근거 법 규정은 세무사법 제17조이다.
동 규정 제1항에는 징계사유를 규정하였는바, 동조 제1호는 세무사법 위반이며, 제2호는 세무사회칙 위반이다.
같은 조 제2항에는 징계의 종류를 규정하였는 바, 그 제1호는 등록취소, 제2호는 2년 이내의 직무정지, 제3호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이다.
바로 제3호의 과태료 처분에 관한 규정이 2003년 12월 31일의 세무사법 개정에 의하여 신설됨으로써 이에 근거한 징계양정규정을 2004년 4월 19일에 개정하여 소득세 실지조사를 받은 세무사들에게 과태료의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된 것이다.

 

2. 쟁점의 검토
문제되는 쟁점은 세무사의 사업소득 과소신고 행위가 세무사법에 위반되는가 하는 데 있다. 세무사법 위반이라 함은 세무사법상의 의무불이행 또는 적극적인 의무위반을 말하는 바 징계양정규정 제2조는 세무사법 제2조의 직무를 위반한 경우와 제12조의 성실의무위반에 대한 양정조항이다.
따라서 첫째는 세무사의 사업소득 과소신고 행위가 세무사의 직무(법제2조)에 위반되는 여부와 둘째는 세무사의 사업소득 과소신고 행위가 성실의무(법 제12조)에 위반되는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논점이다.

 

가. 세무사직무에 위반 여부
세무사의 직무는 세무사법 제2조에 열거된 업무에 한정되는 바 세무사의 사업소득 과소신고 행위는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직무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신고, 신청, 청구의 대리
② 세무조정계산서 기타 서류의 작성
③ 기장대행
④ 상담, 고문
⑤ 납세자의 의견진술 대리
⑥ 개별공시지가의 이의신청 대리
⑦ 신고서류의 확인
⑧ 위 직무에 부수되는 업무

위와 같은 직무는 모두 납세자의 위임에 의하여 납세자를 대리하여 하는 행위이므로 세무사 본인의 납세의무를 행하는 행위는 세무사의 직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며, 일반 납세의무자와 똑같은 세법상의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나. 성실의무 위반 여부

세무사법 제12조는 성실의무를 규정하였는 바, 제1항은 “세무사는 성실히 그 직무를 수행하여 그 품위를 보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세무사는 고의로 진실을 은폐하거나 허위의 진술을 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의성실의무란 본래 모든 사람은 사회공동생활의 일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지 않도록 성의 있게 행동할 것이 요구되는 바, 특히 이러한 도덕적·윤리적 평가를 법적 가치판단의 한 내용으로서 도입한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다. 따라서 신의성실의 원칙이 법적 효력을 갖는 법·규범이 되기 위하여는 당해 법이 요구하는 취지와 효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만 법·규범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신의성실이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의 한계를 설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하여 어떤 학자에 의하면 실정법적 효력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가치판단의 기준이 될 뿐이라는 학설도 있다. 따라서 실정법에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실정법들은 당해 법률의 올바른 해석과 판단의 기준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해 법률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의 행위에 대하여만 요구되는 규범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세무사에게 요구되는 신의성실 의무는 세무사법에서 부여한 세무사의 직무 범위 내에서의 신의성실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무사가 세무사법상의 직무가 아닌 다른 행위에 대하여도 성실해야 된다는 규정으로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민법 제2조의 신의성실 원칙은 민사상의 법률행위에 대한 수칙을 요구한 것이며, 국세기본법 제15조의 신의성실 원칙은 납세의무를 이행함에 있어서의 수칙을 요구한 규정이라는 점도 이 같은 취지이다.

세무사는 두 가지의 성실의무를 지고 있다.

첫째는 세무사법상의 세무사로서의 직무를 이행함에 있어 성실해야 하는 의무와, 둘째는 세법상의 납세의무자로서의 납세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성실해야 하는 의무이다. 다시 말하면 세무사의 직무를 불성실하게 행하면 세무사법의 제재를 받아야 하고 납세자로서의 의무를 불성실하게 행하면 세법상의 재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행위의 주체는 동일인이라 할지라도 각각 다른 두 가지의 법규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면, 그 하나는 세무사법에 위반되는 여부에 따라 징계대상을 판별하여야 하고 다른 하나는 세법에 위반되는 여부에 따라 가산세부과 또는 조세범처벌 대상을 판별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하다면 과세소득금액의 과소 신고는 소득세법의 위반이므로 국세기본법의 신의성실 원칙위반 여부에 따른 소득세부과 또는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을 뿐이며 이를 이유로 세무사직무의 성실의무 위반으로 보아 세무사를 징계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 적용의 한계를 일탈한 처분으로 보는 것이다.

3. 외국(일본)의 징계규정 비교

4. 타 자격사의 징계규정 비교

Ⅲ. 개선방안

 

우리나라의 세무사법은 1961년도에 일본의 세리사법을 본 받아 제정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리사법의 징계사유에는 ‘성실의무’와 같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의 의무규정을 두지도 아니하였고, 징계의 종류에도 과태료와 같은 벌금형적 성격의 처벌은 규정하지 아니하였다. 더군다나 징계위원회가 직권으로 정한 징계양정규정도 없다.

특히 새겨두어야 할 것은 외형상 징계사유에 해당되는 행위가 있더라도 그 행위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경우에 징계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징계를 신중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징계건수는 극히 적은 편이다.

(표1) 세리사(일본)의 징계건수

※ 세리사 총수 65,000명에 비하면 5개년 평균 0.01%에도 미달됨

일본에 비하면 우리 세무사법은 너무 광범위한 징계사유와 벌금형이나 다름 없는 과태료 부과까지 하게 됨으로써 그 징계건수도 너무 많은 셈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감독권을 갖고 있는 정부가 자격사에게 과도한 감독과 통제를 하려는 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본다.
따라서 세무사의 직무행위가 고의나 과실에 의한 경우에 징계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과태료 처분 규정은 삭제해야 마땅할 것이다.

특히, 소득세 과소신고 행위를 징계대상으로 삼은 징계양정규정은 현행 세무사법에도 위반되는 규정이라고 사료되므로 하루 속히 삭제함이 마땅할 것이다. 설사 징계양정규정이 그대로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양정을 함에 있어서는 과소신고액이 외형 또는 소득의 크기에 비례하여 양정함이 합리적이다.

예를 들면 100억의 외형에서 발생한 매출누락 1억과 10억의 외형에서 발생한 매출누락 1억은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똑 같이 1억에 대한 양정을 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세무사신문 제461호 (2007.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