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심사소위(11월 6일)

 

지난 6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의 첫 번째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세무사회와 공인회계사회 회장단이 아침 일찍부터 각자의 입장을 부각시키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등 팽팽한 긴장감 속에 분주한 모습.

 

첫 순서로 입장을 밝힌 공인회계사회는 신찬수 회장이 지각하는 바람에 남상묵 부회장이 대신 입장을 설명하느라 진땀. 이에 반해 세무사회 정구정 회장은 법안소위 시작에 맞춰 미리 준비한 자동자격 폐지의 당위성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소위 위원들을 설득.

 

정 회장 법개정 당위성 조목조목 설명

 

정구정 회장은 이날 소위에서 “세무사 명칭은 세무사시험 합격자만 사용토록 하고 회계사·변호사는 각자의 고유명칭으로 세무대리 업무를 하게 함으로써 각 자격사별 책임을 명확히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자동자격 폐지의 당위성을 명쾌히 설명.

 

또 각 자격사가 고유 명칭으로 세무업무를 한다면 국민은 명칭혼용으로 인한 혼란을 겪지 않고 정확한 정보에 의해 세무대리인을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무사·회계사·변호사간의 세무전문성 경쟁이 촉진돼 국민은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어 국민편익 증진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하며 위원들의 공감을 유도.

 

정 회장은 자동자격 폐지의 당위성은 국민 105만명 지지서명, 갤럽여론조사, 공청회 결과 등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적 공감을 확보한 사안이라며 여론수렴의 근거도 제시.

 

조세신고서류와 관련된 재무상태 확인 업무 역시 재정경제부 유권해석에 의해 세무사 직무의 부대업무로 현재 수행하고 있는 사안을 법제화를 통해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며 법개정 취지를 설명.

 

그러나 10여분이 지난 후 도착한 신 회장은 “공인회계사회장이 다시 설명해야 한다”면서 준비해 온 장문의 원고를 진술시간을 어겨가며 읽어나가 소위 위원들로부터 시간을 지키라는 주의를 받기도.

 

이날 소위에서는 한나라당 나오연ㆍ김정부ㆍ박종근 의원과 열린우리당 송영길, 민주당 김효석 의원 등이 참석해 개정안에 대해 심의, 나오연 의원과 김정부 의원은 원안 통과를 주장했으나 박종근 의원이 ‘조세신고서류와 관련한 재무상태 확인업무’는 삭제를 주장해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원안대로 의결키로 합의.

 

재무상태확인업무 제외한 원안 의결합의

 

한편 구종태 의원은 세무사법 개정안 공동발의자 자격으로 배석해 개정의 당위성을 진술하는 등 적극적 관심을 표명.

 

구 의원은 ‘재무상태확인 업무는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 보듯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개정안에 포함하는 것은 무리’라는 박종근 의원의 지적에 대해 “세무사 자신이 세무조정·기장대행 또는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 조세신고관련 재무상태의 확인·분석 및 평가업무는 대차대조표 등 재무제표를 분석·확인하는 업무로 세무사법에 규정된 기타 부대업무로 볼 수 있다는 재경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현재도 수행할 수 있는 업무”라고 강하게 주장.

 

재경위 전체회의(11월 10일)

 

한편 이날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회의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나머지 의원들만으로 개정에 합의한 채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10일 전체회의에 앞서 소위

를 열고 의결한 뒤 상정키로 결정.

 

회장단 피말린 35분

 

6일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미뤄졌던 법안심사소위 의결이 오전 10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10시 30분까지 김정부, 나오연, 정의화, 강봉균 등 4명의 의원만이 순차적으로 출석, 아침 일찍부터 소위통과를 학수고대하던 정구정 회장 등 세무사회 회장단은 피를 말리는 시간과의 싸움을 계속.

 

이미 재경위 본회의장은 재경위원들이 안건 처리를 위해 자리를 한 상태여서 무작정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일부 의원들은 “왜 회의를 시작하지 않느냐”고 안택수 위원장을 채근하는 등 웅성거림이 이어져 회장단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도.

 

일부 임원은 오지 않는 법안심사소위 위원을 찾는 듯 연신 회의장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피가 마른다”면서 “이러다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고 혼잣말.

 

상임위 통과냐 아니냐가 달린 아슬아슬한 5분여의 긴장이 마치 5시간이나 되는 듯한 긴흐름으로 이어진 뒤인 10시35분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드디어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정 회장을 비롯한 세무사회 관계자들의 얼굴에 혈색이 돌며 타들어가던 가슴을 겨우 진정.

 

안도의 한숨과 함께 조마조마한 5분여 정적의 시간이 다시 흐른 후 김정부 소위 위원장의 방망이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회장단은 다소간 긴장을 늦추는 모습.

 

이날 법안소위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음 상임위인 12월 3일로 법안상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어 올해안에 재경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

 

42년 숙원인 세무사자동자격 폐지를 위한 첫 관문은 이렇듯 회장단이 피를 말리는 시간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어렵게 일단락.

 

쉽지만 않았던 전체회의

 

재경위 전체회의도 법안심사소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상황이 재연.

 

10시 40분 법안심사소위에 이어 바로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안택수 위원장의 소개로 법안심사소위원장인 김정부 의원이 읽어내려가는 23건의 심사법률안에 대한 개괄적인 보고에 회장단의 이목이 집중. 김의원이 “공인회계사 및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수행시 세무사 명칭의 사용을 원안대로 제한하기로 하였으며...”라고 보고하자 비로소 세무사법개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는 듯 임원들의 표정이 다소 밝아져.

 

그러나 안건 표결에 앞서 안 위원장이 소위심사 결과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차례 긴장감이 돌기도. 한나라당 김황식 의원이 “공인회계사와 세무사간의 영역다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생법안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익집단들의 다툼이 되는 것을 앞장서서 법을 만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안을 상정시키는 것을 보류시키는 걸로 했으면 좋겠다”며 제동.

 

이에대해 안 위원장이 “상정은 이미 되었다”고 대답한 데 이어 민주당 구종태 의원에게 발언 기회를 부여.

 

구종태 의원 김황식 의원 주장 논리적 반박

 

구 의원은 “영역다툼이 있다고 하는 조항은 삭제됐다. 개정안 내용은 공인회계사시험을 쳐서 공인회계사가 됐으니까 공인회계사법에 의해 세무대리하고 세무사 명칭을 쓰지 마라는 것이며, 변호사는 변호사 이름으로 세무대리 하라는 것”이라고 차분하게 설명. 구의원은 또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변호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3개 자격사가 세무대리를 하는데 누가 과연 적절한 자격자냐를 소비자가 판단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김황식 의원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

 

그러나 세무사법 개정법률안 처리과정에서도 김황식, 강봉균 의원이 재차 이의를 제기해 회장단이 다시 긴장.

 

김 의원의 “양단체간 문제에 국회가 앞장서서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에 강 의원이 “김 의원의 말에 일리가 있다”면서 “세무사라는 명칭을 쓰거나 안쓰거나 관계없이 법률에 의해 세무사가 하는 일을 하게 되어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큰 의미없는 개정”이라고 동조.

 

이에대해 안 위원장은 “세무사법 개정안을 심사한 소위에서 공인회계사회 대표, 세무사회 대표를 다 모셔서 충분한 의견을 듣고 개진을 다 했다”고 밝히고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을 안해도 좋을 것으로 안다”면서 김황식 의원의 의견을 소수의견으로 붙여 속기록에 남기겠다는 말과 함께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면서 세무사법 통과를 공표.

 

 

제 378호 (2003.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