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의 뜨거운 참여와 열기 속에 개최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및 세무사 명칭 사용여부에 관한 지난 2일의 공청회 결과는 세무사회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5,900여 회원들의 42년 숙원이자 우리 사회의 대표적 악습인 세무사자동자격의 부당함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며 숙원 해결에 한 발짝 더 나아갔기 때문이다.

 

 

 

‘1시험 1자격’의 자격사제도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회 상규에도 위배되는 사안이어서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의보다는 기득권이 판치는 비뚤어진 현 정치·사회 구조에서 5,900여 회원들의 간절한 열망과 본회 집행부의 헌신적 노력이 합쳐져 이뤄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소평가할 수 없는 큰 성과물이다.

 

특히 본회 집행부는 공청회에서 자동자격 폐지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알리겠다는 방침으로 치밀한 준비를 했다.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오마이뉴스 등 영향력 있는 언론에 대해 세무사 명칭사용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자동자격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었다.

또 공신력 있는 한국갤럽에 의뢰, 국민 90% 이상이 시험 보지않은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세무사 명칭를 사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조사결과를 확보한 것도 공청회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 비해 열악한 여건에서도 재경위 국감에서 자동자격의 문제점과 폐지의 당위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이끌어낸 점도 큰 도움을 줬다.

 

이같은 사회적 공감을 바탕으로 이제 5,900여 회원들의 결집체인 한국세무사회는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잘못된 제도의 개선을 정부에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국민 90.7%가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이 부당하다고 답한 지난달 23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이어 이번 공청회에서 토론자 모두가 ‘세무사 명칭은 세무사시험 합격자만 사용해야 한다’고 결론 내림에 따라 자동자격의 부당성이 명백히 입증됐다.

 

따라서 정부가 법개정을 미룰 이유도 이제는 사라졌다.

 

이번 공청회의 결과는 공인회계사측의 논리를 더욱 궁색하게 만들었다. 9월초 재정경제부 중재로 열린 두 차례의 토론에서 ‘국민 여론을 수렴해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인회계사측의 강력한 이의제기를 재경부가 받아들여 열렸기 때문이다.

 

패널 선정 등 모든 절차를 공인회계사회의 의견을 수렴, 공정하게 진행된 공청회에서 자동자격의 부당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정부와 공인회계사측은 더 이상 폐지에 반대할 명분을 상실했다.

 

조세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세무사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 모두가 ‘변호사나 공인회계사가 세무대리는 계속하되, 납세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세무사 명칭은 세무사시험 합격자만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공통된 결론으로 세무사회의 손을 들어줘 이론의 여지를 원천적으로 없애 버린 것.

 

토론자들은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세무사시험을 보지 않고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납세자의 편익 측면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며 국민을 오도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자격사의 명칭으로 세무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자동자격 부여가 잘못된 제도라는 것이 밝혀진 만큼 본회의 법개정 취지의 당위성은 확실히 확보됐다.

 

이제부터는 국민적 공감을 확대하고 자동자격 폐지 여론을 광범위하게 이끌어내는 것이 당면과제다.

 

갤럽 조사에서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고 있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지금까지 기득권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무소신으로 일관한 정부가 잘못된 제도의 개선을 회피한 요인이 가장 크지만 회원들의 홍보 노력이 부족했던 점도 한몫했다고 보여진다.

 

자동자격 폐지에 대한 주변 여건은 점차 무르익고 있다.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과 민주국민당 강숙자 의원이 세무사자동자격의 폐지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도 회원들의 열망과 본회 집행부의 강력한 의지, 객관적인 여론조사 결과 등이 의원들의 공감을 샀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뿐만 아니라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유력언론에서 자동자격 부여의 부당성을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여론의 주목을 크게 받는 등 이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이제 세무사회 42년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5,900여 회원과 집행부는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해 105만 명의 국민 지지를 이끌어냈던 자동자격 폐지 범국민 서명운동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할 때이다.

 

 

제 375호 (2003.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