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시험도 보지 않고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는 제도의 부당성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이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법개정을 촉구하고 나서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특히 국민의 85.1%가 세무사 자동자격제도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90.7%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세무사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원들은 정부가 이해단체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법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을 공식 주문했다.

 

지난달 29일 재정경제부에서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 국정감사에서 현재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부여하는 세무사 자격제도의 폐지에 대한 질의가 쏟아져 의원들과 재경부간 논란이 벌어졌다.

 

이날 질의에서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은 “세무사 자격과 관련해 세무사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90.7%가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자에게만 세무사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74.8%는 세무사 자동자격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며 “정부가 공인회계사나 변호사 등 기득권 세력의 눈치를 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재경부장관은 세무사법 개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국민당 강숙자 의원은 “국세청 출신들에 대한 자동자격 부여제도가 폐지됐는데 변호사와 공인회계사가 시험을 보지 않고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는 것은 자격사간 형성성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며 “세무사회의 건의는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세무사 명칭을 쓰라는 것인데 이에대한 장관의 분명한 소신을 밝히라”고 다그쳤다.

 

이에 대해 김진표 재경부장관은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집단을 의식, “공청회에서 이 문제가 조율될 것으로 본다”면서 공청회 결과 등 상황을 보고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기존의 원칙론을 되풀이 했다.

 

오마이뉴스와 연합뉴스,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경TV, 헤럴드경제, 중앙일보 등 유력언론에서도 자동자격 부여가 잘못된 제도라는 점이 크게 다뤄지면서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6일자 ‘왜 시험도 안보고 자격증 주나’ 제하의 톱기사에서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집단은 40년 넘게 특권을 누려왔다고 지적했다.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는 형평성을 잃고 있으며 평등권 침해의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기사의 딸림 기사에서는 최근 공인회계사 시험에 수석과 최연소로 합격한 새내기 회계사들이 ‘세무사의 자동자격제도가 과연 올바른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여 공인회계사 업계에서도 자동자격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는 이어 9월 30일자에서도 갤럽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발표된 정구정 본회 회장 인터뷰 기사에서도 자동자격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크게 보도했다.

 

또한 지난달 23일 본회가 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자동자격 관련 국민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연합뉴스,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등에서 ‘자동자격 부여는 부적절하다’면서 불공평한 제도임을 집중 거론했다.

 

아울러 본회 정구정 회장은 지난 1일 매경 TV 대담프로에 출연, 자동자격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정부에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지난 2일 토론자 모두가 자동자격 부여에 반대하였다는 공청회 결과도 오마이뉴스 등이 톱기사로 보도해 자동자격 폐지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하고 있다.

 

 

제 375호 (2003. 10. 4)